October 01, 2014

'김수영' 시 "눈"

김수영

눈은 살아 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라고 마음놓고 마음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과 육체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을 바라보며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마음껏 뱉자

내가 제일 좋아하는 눈에 관한 시 이다. 지금까지 시 속에서 만난 눈을 깨끗하고 하얀, 순수한 눈이었는데(혹은 사납거나 우울하고 차가운) 이 시 속의 눈은 새롭다. 젊은 시인에게 새로운 생동감을 불어넣어 준다. 시원하고 차가운 눈에서 생명력을 떠올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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